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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날 보물찾기놀이에서 보물을 찾지 못했다 한들 소풍이 재미없진 않았을 것이다

오늘의 생각

by 케나다코리안 2020. 8.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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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기 전 나는

다시 한 번 내 등짝보다 더 자그마한 가방 속을

몇 번이나 살핀다

오징어땅콩은 잘 있는지

칠성사이다 병은 잘 있는지

 

 

빨리 내일이 왔으면

싶은 마음에

잠을 재촉해 봐도

말을 듣지 않는다

 

 

하늘에 별도

총총 피어오른다

 

 

밤이 깊어도

깨알같이 떠드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그렇게 잠이 든 듯 하더니

도마질 소리에

참기름 향에

사각사각 김밥 말리는 소리에

엄마의 야트막한 헛기침 소리에

꿈이 꿈을 꾼다

 

 

소풍 가는 날의 아침은

엄마의 잔소리도

없다

 

 

억지로 더 환히 웃어보이지만

엄마의 그늘도

찾아볼 수 없다

 

 

부리나케 뛰어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잠시 웃음꽃 피었을

젊은 날의 엄마와

 

 

소풍 한 번 못 가본

나날들이

죄스럽다

 

 

나도 밤새

엄마의 소풍가방에

바나나랑, 초콜릿이랑,

김밥이랑 챙겨드리고 싶은데

 

 

엄마는 여전히

한 번도 소풍을 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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