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기 전 나는
다시 한 번 내 등짝보다 더 자그마한 가방 속을
몇 번이나 살핀다
오징어땅콩은 잘 있는지
칠성사이다 병은 잘 있는지
빨리 내일이 왔으면
싶은 마음에
잠을 재촉해 봐도
말을 듣지 않는다
하늘에 별도
총총 피어오른다
밤이 깊어도
깨알같이 떠드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그렇게 잠이 든 듯 하더니
도마질 소리에
참기름 향에
사각사각 김밥 말리는 소리에
엄마의 야트막한 헛기침 소리에
꿈이 꿈을 꾼다
소풍 가는 날의 아침은
엄마의 잔소리도
없다
억지로 더 환히 웃어보이지만
엄마의 그늘도
찾아볼 수 없다
부리나케 뛰어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잠시 웃음꽃 피었을
젊은 날의 엄마와
소풍 한 번 못 가본
나날들이
죄스럽다
나도 밤새
엄마의 소풍가방에
바나나랑, 초콜릿이랑,
김밥이랑 챙겨드리고 싶은데
엄마는 여전히
한 번도 소풍을 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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