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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짜장면

오늘의 생각

by 케나다코리안 2020. 8. 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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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운동회날 아침

엄마는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

꼭 쥐어주며 말했다

 

 

신동양에서

동생 불러내서

짜장면 먹이거라이

 

 

동생에게 짜장면을 꼭 먹여야 된다는 생각에

당시에는 꽤 큰 돈이었던 고것을 잃어버릴까봐

 

 

노는 것에 충분히

정신이 팔릴만 했지만서도

 

 

주머니에 잘 있는지

만지작만지작

 

 

뜀박질 할 때도

만지작만지작

 

 

점심 못 먹으면 배고파서

엉엉 울까봐

 

 

쥐방울만한 동생 입가에

짜장면을 꼭 묻혀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잡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조심조심 횡단보도를 건너

 

 

아저씨 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

 

 

아빠처럼 잘 비비지는 못했지만

_언능 머거라이

_따땃할 때 먹어야 맛나야

_시커먼 고기도 먹구이

 

 

입맛 다시는 아기 동생 그릇에

더 놓았다 덜 놓았다 해도

면발은 쉬이 끊어지지도 않고

 

 

오물오물 쪼물쪼물

짭짭짭 먹는 모습이

 

 

짜장면이 동생을 먹는 것인지

동생이 짜장면을 먹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참 이뻤던 날이었다

 

 

사십이 넘어 오십줄로 향하는

고것이 기억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 짜장면을

반반 나눈 것인지

반반도 안 나눈 것인지가 아니라

 

 

그날 만큼은 동생에게

더 먹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탁자 위에 나는 여전히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처럼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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