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운동회날 아침
엄마는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
꼭 쥐어주며 말했다
신동양에서
동생 불러내서
짜장면 먹이거라이
동생에게 짜장면을 꼭 먹여야 된다는 생각에
당시에는 꽤 큰 돈이었던 고것을 잃어버릴까봐
노는 것에 충분히
정신이 팔릴만 했지만서도
주머니에 잘 있는지
만지작만지작
뜀박질 할 때도
만지작만지작
점심 못 먹으면 배고파서
엉엉 울까봐
쥐방울만한 동생 입가에
짜장면을 꼭 묻혀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잡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조심조심 횡단보도를 건너
아저씨 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
아빠처럼 잘 비비지는 못했지만
_언능 머거라이
_따땃할 때 먹어야 맛나야
_시커먼 고기도 먹구이
입맛 다시는 아기 동생 그릇에
더 놓았다 덜 놓았다 해도
면발은 쉬이 끊어지지도 않고
오물오물 쪼물쪼물
짭짭짭 먹는 모습이
짜장면이 동생을 먹는 것인지
동생이 짜장면을 먹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참 이뻤던 날이었다
사십이 넘어 오십줄로 향하는
고것이 기억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 짜장면을
반반 나눈 것인지
반반도 안 나눈 것인지가 아니라
그날 만큼은 동생에게
더 먹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탁자 위에 나는 여전히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처럼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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