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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시리즈 2대형 고무통 다라이 하나와 고구마 50개로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맷돼지 한 마리 산 채로 잡아온 방법

알아두면 좋은 상식

by 케나다코리안 2020. 7. 1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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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요. 저는 외삼촌이 사는 충북 단양에 자주 놀러갔었습니다. 외삼촌은 충북 단양에서 문경으로 넘어가는...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사인암 지나 한 고개를 넘고, 다시 한 고개를 넘으면 문경이 나오는 것 같은데, 구글 지도에서 살펴보니, 방곡 도예촌 부근 어디였던 것 같습니다. 외삼촌은 주로 가을에는 송이나 능이를 따면서, 겨울을 제외한 사계절에는 밭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셨습니다. , 마늘, 감자 등 여러 농작물을 키우셨지만, 그래도 가장 주 수입원은 지금 생각해 보면 마늘이었던 것 같아요. 맴고 쌉싸름하면서도 달고 단 단양 마늘은 지금도 대한민국 최고의 마늘로 꼽히는데, 아무튼 다른 시골 사람들처럼 외삼촌 부부도 평범하게 농작물을 키우며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그해 여름 방학을 맞이해 저는 또 단양에 갔습니다. 단양역에 내리니, 외삼촌이 우리 강아쥐~ 하며 꼭 끌어안아주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외삼촌 댁으로 갔습니다. 삼일 째나 되었나요. 외삼촌이 제천 장과 원주 장을 마치고 이삼일 정도 자리를 비워야 한다 해서 저는 외숙모와 여동생과 함께 단양을 지키고 있었지요. 그런데 밥을 먹다가 무심코 외숙모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놈의 돼아지들 멱이라도 따서 내가 끝을 봐부러야 하나

전남 여수가 고향인 외숙모의 사투리를 여전히 살벌히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밥 먹다가 "뭔 일 있어라?" 물었더니, "돼아지들이 자꾸 산에서 내려와 감자랑 파랑 밭을 완전히 허벌창으로 만들어놓는 다니께. 외삼촌한테 얘기해도 맷돼지를 어떻게 잡냐고,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다는딩 참말로 답답허제이."

 

 

외숙모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듯, 곡괭이를 지고 서서 밤늦게 까지 기다려보기도 하고, 올무 같은 것도 놓아보았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고 했습니다. 밭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외숙모를 보니, 제가 어떻게든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아서, 저는 밥을 먹고 난 후, 푸르른 단양의 높고 넓은 밤하늘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저는 실행에 옮겼죠.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개인적으로 동물을 잡을 때, 뭐랄까요. 피 질질 흘리고, 두들겨패고... 뭐 이런 식으로 잡는 것은 정말 너무 야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식한 방법 같고, 뒤처리하기도 지저분하기도 하구요.

 

 

저는 외숙모 밭으로 가서, 곧장 밭에 있는 도구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뻘건 고무다라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창고로 가서 혹시 뭐 필요한 게 있을까 싶어 살펴보니, 다행히 맷돼지가 엄청 좋아하는 고구마가 두어푸대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대형 고무다리이에 맷돼지 머리가 들어갈 만한 크기보다 약간 작게 구멍을 뚫고, 맷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는 언덕 비탈까지 끙끙대며 고구마 두 푸대까지 옮겼죠. 비탈진 야트막한 산 아래 부분에 아주 큰 바위 두 개가 보였는데, 저는 그곳에 대형 고무다라이를 고정시켜 놓고 가져온 고구마를 들이부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위쪽의 큰 나무를 타고 가지에 걸터앉아 있었죠.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저는 맷돼지 꼬리를 잡고 산 채로 외숙모 밭까지 내려와 문기둥에 맷돼지를 묶어두었습니다. 외삼촌은 맷돼지를 맛나게 드셨다고 하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맷돼지의 특성을 잘 모릅니다.

 

 

 

맷돼지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 중 하나는 바로 고구마입니다. 맷돼지에게 물어보니, 감자는 미끌미끌해서 별로라고 하더군요. 텁텁하면서도 단맛 질질 나는 고구마가 최고라고 합니다. 고구마 냄새라면 100미터밖에서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는데, 역시 제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크크 킁크 크크크크킁

크으 킁 킁킁크크크킄

 

나무에 올라간지 20분이나 지났을까요. 어디선가 300킬로는 족히 돼 보이는 맷돼지 한 마리가 고무다라이로 다가왔습니다. 고구마 냄새를 맡고 침을 질질 흘리던 맷돼지는 이것을 어떻게 먹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고무다라이에 뚫어놓은 구멍에 머리를 들이박는 것입니다. 너무 큰 맷돼지가 오면 머리가 안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되었는데, 오히려 구멍을 적게 뚫어놓은 것이 결국 맷돼지 잡는데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돼지 녀석은 성난 황소처럼 머리를 들이밀어 기어이 구멍 안에 있는 고구마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고구마를 먹는 동안 예상했던대로 머리 위에서 고구마가 누르는 압력이 있어서 그런지 고개를 빼서 다른 고구마를 먹어보려는 시도를 하다가 낑낑대기도 하고, 한참동안 맛나게 고구마를 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꽤 많은 양의 고구마를 넣어두었고, 또한 밭에 깔려 있는 고구마 먹는 것과 다라이에 머리를 들이박고 고구마를 먹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참을 먹어도 땅에서 먹는 것과 다른 생경한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맷돼지가 그때는 잘 몰랐을 것입니다. 머리를 들이밀었을 때는 쉽게 빠질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단단히 바위에 고정된 호수 다라이는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당시에 동아백과 사전을 보면서 알았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보신각 종을 여러분은 잘 아실 것입니다. 밖에서 들을 때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소리에 황홀하지만, 사실 여러분이 그 큰 보신각 종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 보시죠. 바로 고막 터집니다. 맷돼지의 특성을 이미 백과사전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던 저는 맷돼지는 후각이 엄청 예민하지만 반면에 시력은 거의 제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맷돼지는 또한 청력을 잃어버리면 온몸이 마비되는데, 맷돼지 사냥꾼들이 맷돼지의 관자놀이 부근에 타격을 입혀 한방에 제압하는 것이 바로 그 예입니다.

 

 

고구마를 더 먹기 위해 머리를 비틀던 맷돼지는 머리가 빠지지 않자 꼭 깡통보롯처럼 고무 다라리를 머리에 쓰고, 여기저기 날 뛰었습니다. 가까스로 바위에서 다라이를 빼냈지만 머리까지 빼는 것은 무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 나무 저 나무, 콰당쿵쿵탕탕 하는 맷돼지가 조금 불쌍하긴 했지만 잠시 후 맷돼지는 온몸을 부르를 떨고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저는 여유롭게 다가가 맷돼지 꼬리를 잡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해보신 분은 알 것입니다. 그냥 질질 끌려내려옵니다. 맷돼지는 아무런 반항 같은 것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외숙모 집 앞까지 왔습니다.

 

사진 유용원의 군사세계

 

 

고막이 터져서 귀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는 외숙모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장면이 그리 신기했는지, 여전히 누가 한 일인지 모르고 가끔 명절에 모일 때 무용담처럼 말씀하시나, 일부가 크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저만 유일하게 알고 있습니다.

 

외숙모, 그건 제가 외숙모를 위해 잡아드린 것입니다~

 

*참고로 맷돼지 잡는 법은 전문가의 엄청난 기술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것이니 절대 따라하지 마십시오. 큰일 날 수도 있으니, 특별히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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