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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에서 일해 본 사람만 아는) 연영과 지원의 사랑이야기 2 연영이 무심코 신의 능력을 사용했던 순간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웃긴것들

by 케나다코리안 2020. 8. 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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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는데, 연영이 신의 능력을 사용해 버린 순간을 저는 우연찮게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 치킨 집은 뼈 있는 것과 뼈 없는 순살, 윙과 그 외 다른 치킨으로 나뉩니다. 바쁜 시간 대에 이런 주문이 동시에 몰아치면 정말 정신없는데, 집신의 경지에 오른 지원은 오더를 받고 양념 묻히는 일을 하는 어셈블의 신 연영과 하루에 무려 300마리의 치킨을 소화한 적이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한치의 틀림도 없이 완벽하게 예약 오더까지 제 시간에 빼버린 것이지요.

 

300마리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오더가 걸리면 두 시간 정도 기다리라고 하거나, 주문을 처리할 수 없다고 보통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는데, 어셈블의 신 연영에게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보통 바쁜 시간 대에는 4명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오더를 단 두 사람이 처리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습니다.

 

 

3, 2, 1, 스페셜 2

후라이드 3마리, 순살 2마리, 윙 한 마리, 양념이 각각 다른 스페셜 2마리 주문의 약어인데, 연영이 오더를 부르자마자 지원은 소분해 둔 닭이 없음에도 6초 이내에 닭 한 마리를 집어냈습니다. 각기 다른 네 종의 오더를 집는 데에도 채 30초가 걸리지 않았는데요.

튀김기 다섯 대에 퐁당 퐁당 집어넣자마자 또다시 닭을 집어야 하는데, 부른 오더에 예스 노만 대답하는 지원의 상황을 단번에 알아채리고, 튀김기에 몇 마리가 누적 들어가 있는지 세어낼 수 있는 '기술'은 정말 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3, 2, 1, 스페셜 2 집어넣고, 다시 윙3, 2, 5개입니다. 19초 이내에 끝내셔야 하고, 후가 12분이니까 지금 부른 것까지 합하면 후8, 7, 4, 7인데, 윙과 순살 망을 포개시면 세 자리 남으니까 바로 그때 후2, 스페셜 1개 넣어주세요. 817분 예약 오더이니까 앞에 나오는 후3과 스2에서 다리와 윙, 봉 빼서 나갈 테니, 개수 틀리더라도 튀김기 내부 상황에 집중해 주세요.

 

이런 식이었다.

 

 

한번은 튀김기 5대가 풀가동된 상황에서 바터에 후라이드 2마리를 놓는 중, 잠시 정신줄을 놓았는데 그 사이 3, 9마리의 주문이 들어온 것을 지원이 놓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튀김기에 담긴 닭 피스가 헷갈려 어잉?! 하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을 연영은 놓치지 않고, 1,2,3호기에 각각 후2, 3, 순살 4 들어가 있으니, 36674피스가 들어가 있을 거예요. 당황하면 지는 겁니다! 하고 웃으며 어드바이스하는 것이 아닌가. 튀김기를 거의 만져본 적이 없는 연영은 이렇듯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주방 전체를 디렉팅하고 있었습니다.

 

연영과 지원이 가까워진 이후에도 사실 지원은 연영에게 닭 장단지 살로 관자놀이를 두어번 정도 맞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지원이 연영의 어셈블 서브로 들어갔을 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연영은 어떤 일이 있어도 튀김기에서 닭이 나온 이후, 어셈블까지 2분 안에 모든 것을 다 처리해야 한다는 철칙이 있었습니다. 묻히고 버무리고 빼면서 몇 번 오더이고, 17초 후에 양념 3, 프라이 3, 2개 나오는데, 그럼 오더 6,9,11이 끝나고 27초 뒤에 13,15까지 마무리! 하겠다고 하면 정말 말그대로 그 오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떄문에 닭 튀김기에 닭이 남는 사태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원은 어셈블에 있어서는 쥐약이었습니다. 튀김기에 후라이드윙 2마리와 닭 세 마리가 잠시 쉬고 있던 적이 있었는데, 연영은 후라이드야 그렇다쳐도 어떻게 그 쉬운 윙봉을 20개나 방치할 수 있냐며 경고했습니다. 헌데 문제는 그 다음, 아무 생각 없이 양념반 후라이드반 두 개를 포장 박스에 담는 중 발생했는데,

"봉 하나, 닭다리 하나가 빠졌잖아욧!" 하며 욱 하는 갓 튀겨나온 닭 허벅지살 튀김에 귀싸대기를 쳐맞은 것이었습니다. 그럴 리 없다고 한 번 더 우겨보았지만 안 나오면 '쿨러 처박는다'고 소리치자 그제서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맥없이 소리치던 지원이었습니다.

 

 

지원은 이후에 모든 정신을 튀김에 놓고, 어셈블의 오더 주문 사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소분한 닭이라고 할 지라도 닭다리 2, 윙봉 4, 장단지, 가슴살, 갈비살 등 각각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 현미경처럼 살폈습니다. 닭 한 마리 12, 9, 순살 8, 감자튀김 320초 등 1초의 숫자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분말가루에 생닭을 완벽히 버물림으로써 튀김을 지원은 신의 경지로 올려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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