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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시리즈 4) 집단으로 너구리 라면 먹던, 온동네 라쿤 120마리를 단숨에 잡은 이야기(feat.개똥주의!)

알아두면 좋은 상식

by 케나다코리안 2020. 8. 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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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특파원생물채널 유튜브에서 일부 캡처했습니다~ (이하 동일)

캐나다에 사는 민식이 어무이는 어느 날 민식이와 너구리라면 12봉지를 끟여 먹는 저를 보더니, "앗따 너구리곰마들땜시 열불나 죽겄네. 허불나게 불어나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징혀 징혀. 후레쉬 켜놓으면 된다더만 후레쉬를 가져갓뿌러. 토끼를 무서워한다고 민식이 배만큼이나 큰 인형도 세워놓았더만 싸대기때리고 놀고 있더랑게. 참말로 밤마다 저놈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 약올리며 뛰어노는디 우째야 저놈들을 거시기해뿔 수 있을랑가 정말 몰겄네이

 

민식이 어머니의 푸념은 8개 정도 너구리라면 매운놈을 끓여먹던 때부터 시작해서, 12봉지에 찬밥 다섯 그릇을 말아먹는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꼭 밥값은 혀라 하는 투로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 잡는 것에는 거의 신기 들린 놈으로 저를 치부하신 민식이 어무이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라쿤(미국너구리)을 때려잡아 달라는 애절한 부탁으로 들렸었죠.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못들은 척 계속 라면을 입안에 퍼넣고 있었는데, 차마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순간은 바로 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재원아, 파김치좀 싸주까나?“

 

그 말 한마디에 무너진 저는 곧바로 민식이 어무니께

"어무이! 지금 거시기하시면 너구리라면 순한맛으로 댓봉지만 언능 사다주시오이. H마트 가면 순한놈있는디, 라쿤이 저것들에 환장한다 안합니까이.“

민식이 어무이는 '앗따 설마 너구리가 너구리를 먹어야이' 마치 떠보듯 저를 간보셨습니다.

일단 파김치나 언능 담으시요,하고 저는 너구리 순한 맛 5봉지와 민식이가 키우던 개 '상운'이의 똥을 좀 담아달라고 민식이에게 말했습니다.

 

민식이는 밥 먹는데 무슨 똥지랄이냐고 밥맛 떨어지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상훈이 배변패트에서 상훈이 똥을 건져 비닐에 담아주었습니다.

 

"어무이, 싸는 김에 총각김치도 좀 거시기하면 좋겠는디요. 온동네 라쿤 씨를 말리려면 여간 힘부치는 일이 아니랑게요 이게

말이 끝나자마자 어무이는 빨간색 보자기에 바리바리 김치를 꼭 눌러 제게 건네주셨습니다.

 

 

사실 라쿤은 너구리와는 종족이 다릅니다. 굳이 뭐 이것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참고로 말씀드리면 라쿤은 그냥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사는 너구리 닮은 동물일 뿐입니다. 너구리는 라쿤보다 더 동그랗고 라쿤처럼 마름모형 얼굴이 아닙니다. 그냥 쉽게 말해 꼬랑지에 줄무늬가 있으면 그냥 라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라쿤 요놈들은 사실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디로 뗴로 몰려 달아난 것 같다가도 다시 한 집에 모여 밤새 스무살 남자애들처럼 놉니다. 방바닥을 두들기기도 하고, 술 먹으면 개되는 것처럼 아무데나 오줌똥 지려대고, 야행성이라 밤에 클럽에서 탈진할 때까지 놀 듯 개차반으로 놀아댑니다. 지붕 뚫고 지붕 틈새 천정에서 뛰어댕기는데, 쥐새끼가 그리 다녀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50센티 넘는 라쿤들이니 잠자기를 글러버리지요.

 

 

 

저는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는 민식이의 수면제와 상훈이 개똥과 너구리라면 순한 맛을 가지고 라쿤이 드나들 만한 곳을 탐색했습니다. 너구리 라면 매운 맛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라쿤은 달짝지근한 팝콘 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팝콘에 고춧가루 매운 향을 조금만 섞어도 절대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고춧가루를 잔득 뿌려놓으면 좋겠네 하시지만, 그건 라쿤을 정말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라쿤은 빗자루를 들고 와서 고춧가루를 다 쓸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머리좋고 호기심 많은 라쿤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방법으로 요놈들을 잡아낼 수 없습니다.

 

 

라쿤 요놈들은 일단 ''으로 서로 교감합니다. 캐나다 하우스 뒷창고 어디에 한놈이 와서 똥을 갈기고 가면, 밤마다 그곳에 모여 똥파티를 해댑니다. 똥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데, 라쿤은 자존심이 쎼서 사람에게는 온순하지만 개나 고양이는 아주 같잖게 보며, 볼 때마다 잡아먹으려고 야생의 성깔을 드러냅니다. 물가에서 살아온 놈들이기 때문에 요놈들은 앞다리를 거의 손처럼 사용하는데, 물고기 잡을 때에도 더듬더듬 거리다가 단숨에 잡아 물가 밖으로 나와 뜯어버립니다. 때문에 라쿤을 잡을 때에는 반드시 물을 옆에다 놓아두어야 합니다. 모든 음식을 물에 적셔 먹는데, 그냥 맑은 물보다 흙탕물을 좋아해서 저는 민식이네 집 라쿤 영역에 큰 다라이에 물을 가득 담아놓고, 그 옆에는 너구리 순한맛 라면만 다섯 개 널브러 놓았습니다. , 다라이 물 속에는 민식이 수면제를 잘게 빠게 대여섯 알을 풀어놓았지요.

 

 

게다가 한 가지 더 작업을 해놓았습니다. 민식이가 키우던 개 상운이의 똥을 라쿤 똥 옆에다 갖다 놓았지요. 제가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라쿤 네 마리가 민식이 집앞으로 모여들더니, ', 시파,...'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습니다. 어디 개나부랭이들이 엿다 똥을 질러대 시---‘

동시에 엄마 라쿤으로 보이는 녀석이 작은 빗자루를 들고와 개똥을 치워내며, 어디론가 가더니 또다시 한 무더기 라쿤 친구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여러 마리 라쿤들이 킁킁대며 '아 시바 개똥' 아 검나 열받네 하는 표정을 지으며,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 회의를 하는가 싶더니, 옆 다라이에 잔뜩 고인 물을 보고, 얼라? 우리랑 닮은 놈도 있고, 이건 뭐지? 모인 김에 이거나 담가 먹을까? 하며, 라면을 물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2층 창문에서 다시 상운이 개똥을 던지고 몰래 지켜봤는데, 라쿤들은 이 상황을 꾀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뭔놈의 개똥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난리여.

 

라쿤들은 분주하게 여기저기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 같더니, 제 예상대로 떼로 이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지난 번에 이 동네에서 세퍼드에게 뒷다리 물려 죽을 뻔한 라쿤이 있었는지, 개만 보면 개보다 더 으르렁대고 잡아먹으려고 날이 선 라쿤들이었기 때문에 개똥 냄새에 분명 민감했을 것입니다.

 

모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듯 요놈들은 잔뜩 불어터진 라면을 앞손으로 휙휙 휘저으며 너구리라면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한 녀석 한 녀석 길게 라면을 늘여빼며 재미나게 주어먹는데, 그 다음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온동네 라쿤들은 너구리라면 비닐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재미나게 놀아대다가 한놈 두놈씩 푹푹 졸려서 그대로 누워버렸습니다. 민식이가 수족관에 배스를 잡아 키웠는데, 약간 비린내나는 그 향에 수면제 맛을 모르고 너구리에 깊숙이 베인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해 버린 것이지요. 푸대에 담기도 뭐하고 겨울 이불 두어채를 그냥 위에 덮은 후, 발로 툭툭 차서 한 곳으로 몰아 팬스에 담아버렸습니다.

 

 

라쿤은 사실 화장실을 만들어서 지들끼리 정보 교환을 하는 장소로 오랫동안 쓰기 때문에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굳이 따라해볼 것까지는 없지만, 저는 요놈들을 모두 푸대에 담아서 비치 가까운 파크에 풀어보내라고 민식이에게 지시해놓고 그날 친구 집을 나왔습니다.

 

라쿤 잡는 법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수면제를 써서 조금 거시기하긴 하지만, 요놈들은 워낙 눈치가 빠른 놈이라 어쩔 수 없었지요.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고, 다음에는 다른 동물 잡는 법으로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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