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의 대화 1
신이 있다
어느 날 신이 내게 말했다
너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나는 신에게 말했다
할 수 있었던 것이 많지 않았다고
신은 내게 했던 일을 말해 보라고 한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나는 신 앞에서 말한다
밥 먹었습니다
공부했습니다
일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당신 앞에 왔습니다
신은 찹잡한 표정으로 한참 후 다시 물었다
옳은 일을 했느냐
사람들을 위해 이로운 일을 했느냐
나는 찹잡한 표정을 지으며 신에게 물었다
옳은 일이란
이로운 일이란 무엇입니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이로운 일인지요
남에게 적극 도움을 주고
조금 더 나은 관계를, 혹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그 모든 마음과 행동의 노력을 말씀하는 것인지요
신은 다시 내게 물었다
너에게 삶이란 무엇이었느냐
나는 대답했다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일하고
때로는 슬펐고
때로는 기뻤지만
기쁨의 크기는 슬픔의 크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단했습니다
신은 내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말했다
나는 신에게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그 기회를 더 크게, 더 이롭게
사람들을 위해
당신을 위해
하지 못한 일이 정녕 그토록 잘못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생존의 벽이 높고 험했고
하루하루 나는 나와
세상과 싸워야 했으며
의미를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만만한 삶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은 여전히 찹잡해 했고
나는 강변하듯 말했다
나는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믿었고
나는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느끼고 있었지만
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겁한 변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말을 해봤자
돌아올 대답이 뻔하다고 느꼈는지
신은 그저 묵묵히
나를 바라만 보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