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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의 대화 2

오늘의 생각

by 케나다코리안 2020. 8. 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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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인간으로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이 돈을 보는 과정에 종속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은

출세하라는 말과 다름 없었고

좋은 대학에 가라는 말은

그래야 장가 잘 간다는 말과 더불어 표현되었으며

아빠처럼 고생하지 않으려면

쉼없이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 한다고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의 자식들은

공부가 길이고 진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너무 똑똑한 아이들이 많았고

저보다 끈기 있던 아이들도 많았고

집중력 좋은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선생님꼐 이쁨 받는 아이들을

뭐 하나하나 분석해 본들 뭐하겠습니까만은

천성적 기질이 반항인지라

천성적 기질이 놀기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공부에 잠시 매진했다가도

다른 몽상에 빠져들었습니다

 

가끔은 공부 잘했던 몇 년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 못했던 나날은

늘 복잡한 사념에 시달렸습니다

 

가난한 아버지

가난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머니

악 받친 듯 돈을 신처럼 모시며

대한민국 천민 수드라계급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시간을 금처럼 생각하며

쉼 없이 일만 했던 부모님

 

그런 모습이 싫어

가난이 싫어

가난한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

 

저는 숨었습니다

저는 아닌 척 했습니다

저는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당신에게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피폐한 삶을 만든 것은 바로 저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무능한 노력이 계속되었기에

조금 더 잘 살지 못했을 뿐입니다

조금 더 비교 우위에 설 수 없었던 것입니다

 

왜 그렇게밖에 못 살았냐고 나무라지는 마십시오

어차피 유한한 삶에서 욕망이 전부이지도 않은데

왜 욕망에 집착했느냐고 따지지 마십시오

 

물론 저는 TV를 보며, 책을 보며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나와 유일의 당신,

그 일직선의 신호를 받아

계율을 지키며 살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더 강건한 영을 만들어야 했고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느라 바빴습니다

저를 무대 위에 올려 놓고

신은 늘 무엇인가를 보여달라고

기다리고 인내하셨을지 모르곘지만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일상이, 너무 잔인했습니다

시간이, 제 일상을 칼로 베어버렸습니다

 

오늘에서야 잠시 돌이켜

내 삶을 돌아봅니다

내가 살아온 삶과

당신이 기대한 삶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다름의 차이는 사실 본질의 차이일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이땅에 보내시고

모든 죄를 대속해 주셨으며

성령님을 보내시어 일상 속에서도

한없이 지켜주시고 아껴주셨던

그 모든 순간의 과정을 제가 헤아리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아프고 참담하실 것입니다

 

47년의 삶이 흐르고,

다시 얼마의 삶이 주어질지 모르지만

 

저는 버거운 체로 버텨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신을 더 깊게 따라

언젠가 당신을 뵈올 그날을 위해

이젠 서서히 이력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신꼐서 마음 아프셔도

뭐가 뭔지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왜 삶이 이렇게 고단할 수밖에 없는지

어느 단추를 잘못 꿰

제가 입은 옷이 잘 맞지 않는 것인지

틀어진 삶의 궤적을 다시 맞추어내고 싶지만

오늘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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